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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마. '생각의 깊이'에 대한 허상

C빌런 2022. 5. 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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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다 보면 생각이 깊다거나 성숙하다고 여겨지거나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생각이 깊다는 것은 우리가 미쳐 생각지 못했던 것을 짚어준다거나, 예상치 못했던 것을 고려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각날 것이다. 또는 사람의 존재, 삶의 목적 등 심오한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해답을 내놓는 고대 철학자들의 고전을 보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라며 생각의 깊이에 감탄하게 될 수도 있다.

 

  과연 생각에는 깊이가 있을까? 심오한 내면세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뇌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이런 궁금증에 빠졌다. 수백만 년 전 최초 인류의 '뇌'는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해왔으며, 오늘날 '문명'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냈다. 이런 훌륭한 역사를 써낸 인간 '뇌'의 역할과 목적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성적인 생각과 사유가 아니라 단지 우리 신체를 잘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뿐이었다.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뇌'를 가진 모든 동물들의 '뇌'의 존재가치는 개체의 '신체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생존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만, 인간의 '뇌'는 내부의 조절(호르몬 분비, 영양 분배, 땀 분비 등) 뿐만 아니라 집단을 형성하고 상호작용하며 정보 공유를 통해 외부요인을 최대한 통제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하도록 예측하고 생각하는 기능을 진화시켜 왔다.

 

  이런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는 작은 신경세포 단위의 화학작용을 통해서 시작한다. 위험에 대한 인지, 맛있는 것을 보고 침 흘리기, 영화를 보고 감동하기, 친구와 의사소통하기 등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수많은 뇌신경세포들의 연결(배선)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배선의 활성화를 통해 감정이 발생하며, 강렬한 감정의 경험은 곧 하나의 '기억'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기억'은 비슷한 상황이나 맥락에 처하게 되었을 때 당시의 감정을 기반으로 한 유사한 형태의 '배선'이 일어나면서 '기억'을 불러낸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감정'과 '기억'을 통해 미래의 상황에 대처하도록 '예측'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여기서부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과연 생각의 깊이라는 것은 존재할까? 인간이 '기억'하고 '생각'하는 메커니즘은 방대한 뉴런들의 화학적 연결일 뿐이다. 그것도 우리의 뇌 전체 구역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뇌의 또 다른 깊숙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활동(무의식의 세계)이란 것이 없다.

 

  '생각한다는 착각'의 저자 '닉 채터'는 그런 의미에서 '내면세계'와 '생각의 바다'라는 것은 없으며 인간의 생각이라는 행위는 표면에서 이루어지는 활발한 활동 딱 그것뿐이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럼에도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분명 내가 못해내는 생각, 같은 분야를 공부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내는 사람들은 수박 겉핥기의 지식만 가진 것일까?

 

  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지식의 깊이가 더해지기보다는 해당 분야의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런 지식을 적용한 경험이 많이 쌓였기에 상황(문제)에 대처하기 쉽다고 말할 수 있다(일반인들보다 불러낼 수 있는 기억의 양이 많고 적용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런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다른 분야의 지식을 공부하더라도 자신의 분야와 유사하거나 공통적인 부분이 있을 경우 지식이 없는 사람에 비해 이해하는 정도가 확연히 다른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알고 있기에 일반인들보다 감정도 차분히 유지할 수도 있다 생각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파고들어갈 지식의 깊이라는 존재가 없고 지식의 양과 경험이 전부라는 말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누구나 전문가가 되기는 힘들다. 의사, 변호사, 검사, 운동선수 등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과 경험의 습득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개인이 그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 꼭 한 분야의 전문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같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적응을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세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가치의 변동성이 큰 사회에서는 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적절한 지식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자청'님은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1% 전문가가 되기보다 여러 분야의 20%고수가 되라고 얘기해 준다. 

 

  여러 분야의 능력을 쌓고 있는 여러분들과 롤모델을 보면서 오늘도 다짐을 하고 글을 남긴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생각한다는 착각',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등을 읽으며 지식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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