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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당신을 좀 먹는 알고 있다는 착각 (from. 생각에 관한 생각)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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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당신을 좀 먹는 알고 있다는 착각 (from. 생각에 관한 생각) [2]

C빌런 2022. 9.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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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웹툰이나 판타지 소설, 애니메이션 등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이세계물'이다. 모종의 이유로 이세계에 환생하거나, 현실의 세상이 게임처럼 변하거나 등등 정형화된 클리셰의 이야기들이 많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뻔한 레퍼토리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재밌게봤다

  이런 '이세계물'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주인공의 능력인 '현대인 만능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시사 프로그램, 유튜브를 통해 과거 중세시대 또는 그 이전의 시대에 살던 조상들의 오늘날과는 너무도 다른 문화, 사상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멍청하지?', '아니 왜 생각을 안하고 살지?'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더나아가 나처럼 궁상떠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그곳에 있다면?'에 대한 망상을 펼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현대의 의학상식, 무기, 군사제도, 정치체제를 알고 있는 나라면 이세계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을 '민주주의'로 계몽하고 전쟁에서는 '총기류'같은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승리를 장담하지 않을까?

 

 

  나는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을 수 있어도 의사처럼 병을 진료하고 적합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없다. 군 장교 출신이지만 만들어진 총을 사용하고, 함정을 운용했을 뿐(그것도 함정의 기능 중 일부) 그것들을 만들 줄 모른다. 현대를 살고 있지만, 현대의 지식이 내 지식은 아니다. 

 

  과거의 지구나 이세계로 갈 것도 없다. 당장 누군가가 나를 아마존에 던져놓으면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존에 서식하는 맹수, 독성이 있는 식물, 기후에 맞는 생활패턴, 낯선 환경에 던져진 공포의 감정. 원주민들이라면 알 수 있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 


「전문가의 착각」

  사람들은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 문제는 지식을 쌓아가면서 전문가가 될수록 심화가 되는 듯하다. 책에서 심리학자인 '테틀록'의 20년간 정리한 연구 결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는 '경제·정치 전문가' 284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실험을 진행했다. '고르바초프(구 소련의 서기장)가 쿠데타로 축출되겠는가?', '특정 국가가 대규모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겠는가?'와 같은 여러 질문을 하였고, 이 질문에 대해 '현상유지', '정치적 자유 또는 경제적 성장', '앞에 두 경우와 멀어지는 결과'의 세 가지 선택지에 대해 각각의 확률을 부여하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결과는 3가지 선택지에 똑같은 확률을 부여한 것보다 나쁘게 나왔다. 책에서는 이것을 두고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 확률이 고르게 분포되는 것보다도 못한 예측이라고 혹평한다. 그리고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잘못을 좀처럼 시인하지 않았다. 타이밍의 문제, 예상이 빗나갔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전문가들이 '빛좋은 개살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시스템 1', '시스템 2'에 의해 인간의 뇌는 '인지적 편안함'을 추구하고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논리에 맞는 스토리를 써나간다. 전문가들은 관련분야에 더 많은 지식을 축척하고 있다. 그들의 스토리에는 더 많은 지식이 사용된다. 그리고 수학적 확률은 더 많은 변수가 추가될수록 낮아진다. 그게 전부다.

인간은 논리적이고 타당한 이야기가 편하다.


「단순함이 최고」

  자신이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이른바 '능력 착각', '타당성 착각'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이런 '착각'을 인지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에서는 복잡한 변수를 고려하는 알고리즘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것보다, 적절한 수치 몇 개를 선별해 비교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아래는 학자가 제시한 '결혼 생활의 안정성'을 예측한 간단한 공식의 예이다.

 

'결혼 생활의 안정성 = 성관계 횟수 - 부부 싸움 횟수'

 

  이런 조악한 공식이라도 전문가의 판단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뭔가 허무하다. 그렇다면 정말 전문가들은 쓸모없는 사람들일까? 책과는 다르게 우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감기 걸리면 병원가서 처방받고 오지 않는가? 

 

  저자는 전문가들의 단기적이거나 국소적인 예측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복잡해지고 변수가 많아지는 장기간 예측은 원숭이에게 다트를 던져 알려달라는 것보다 못한 수학적 확률이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6) [메타인지] 당신이 게으르고 대충하고 넘겨짚는 한 가지 이유 (from. 생각에 관한 생각) [1]

  작년에 해군 장교로서 마지막 1년을 보내면서 무수히 많은 훈련계획 보고서와 전문을 만들었다. 훈련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보고서를 상관의 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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