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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둠이 무섭고 미래가 불안한 이유 (from. 우울할 땐 뇌과학, 지능의 역설) 본문

인문학(철학, 심리, 역사 등)

(3) 어둠이 무섭고 미래가 불안한 이유 (from. 우울할 땐 뇌과학, 지능의 역설)

C빌런 2022. 5.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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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막상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마주하면 쉽게 발걸음이 때 지지 않는다. 특히, 적막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가 주변의 조그만 소리에도 흠칫 놀라며 뒤돌아보게 되고 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그러나 골목길을 지날 때의 걱정과 다르게 매일 별일 없이 집에 무사히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왜 어두운 곳에 불안감을 느끼고 걱정하게 되었을까?

 

  오늘날 현대 인류가 고양잇과 동물들처럼 밤을 훤히 보며 다닐 수 없듯이, 우리의 조상들 역시 마찬가지 밤에는 까막눈이었다. 인간은 주행성 동물인 것이다. 달이 엄청 밝지 않은 이상 조상들은 주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었고, 안전한 거처에 머물지 않고 배회하는 조상들은 야행성 맹수들의 좋은 표적이었을 것이다.

 

  설사 안전한 동굴에 불을 피우며 지내고 있더라도, 가옥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조상 환경을 생각해 볼 때 주변을 경계하지 않고 잠에 빠진 조상들은 다가오는 맹수에게 저항 한번 못해보고 일용할 양식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어두운 주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조그만 소리에도 경계를 한 조상들의 생존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그렇게, 수백만 년의 역사 속에서 어둠에 주목하여 걱정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심리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귀여운 고양이 사진


「걱정·불안은 왜 생기는가? - ①진화심리학」

  진화심리학의 오류 관리 이론(Error Management Theory)에 이론에 따르면, 무엇을 판단하기에 부족한 단서만 놓인 상황에서 우리의 심리는 걱정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진화해왔다고 말한다. 이해를 위해 아까와 같이 어둠 속에서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에 대한 상황을 예시로 보자.

 

1종 과오 설명사진

  위 그림처럼 Ⓐ의 경우라면, 사전에 맹수에 대비할 수 있어 생존할 가능성이 크게 되고, Ⓓ의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문제는 Ⓑ와 Ⓒ의 경우인데, Ⓑ의 경우는 예측과는 다르게 아무 일도 아니었기에, 다음날 피로감으로 활동이 심적으로 힘들다는 문제가 생기지만(1종 과오), Ⓒ의 경우, 잘못 예측한 대가는 죽음이다. ‘2종 과오’라고 불리는 Ⓒ의 선택이 치러야 할 피해가 너무 컸기에 우리는 파란색 박스 구간과 같은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는 심리가 진화하였다.


「걱정·불안은 왜 생기는가? - ②뇌신경과학」

  이번에는 신경과학적으로 걱정과 불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리가 중고등학교 생물 교과서를 공부하다 보면 대뇌는 사고를 하고 생각을 하는 뇌라고 배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뇌의 전방 3분의 1. 즉, ‘전전두피질’이라는 곳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각하는 뇌’의 기능을 한다. 이 뇌에서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고, 충동과 동기를 통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며, 인간의 뇌 중 가장 최근에 진화한 ‘신입’ 뇌 이다.

 

  이런 전전두피질은 수평/수직축을 중심으로 4개 분면으로 기능이 나누어진다. 수평축을 기준으로 위에는 ‘배’, 아래는 ‘복’이라 불리며, 수직축을 기준으로 안쪽은 ‘내’, 바깥쪽은 ‘외’라고 불린다. 크게 분류는 전전두 배 내측, 배외측, 복내 측, 복 외측이 되는 것이다. 기능 측면에서 배 측으로 갈수록 ‘이성적’이고, 복측으로 갈수록 ‘감정적’이 되며, 내측으로 갈수록 자아에 집중하고, 외측으로 갈수록 외부(바깥 세계)에 집중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전두피질변연계 사진

  다음은 ‘느끼는 뇌’의 기능을 담당하는 ‘변연계’로서 우리의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변연계는 1억 년 전 초기 포유동물에게서부터 진화되어 온 것으로 우리의 뇌 중 ‘선임’에 속한다. ‘변연계’는 공포, 불안, 기억, 욕망 같은 감정들을 느끼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걱정과 불안은 내측 전전두피질과 변연계의 신경으로 연결된 의사소통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청각에서 수집된 수풀 소리에 대해 전전두피질에서 변연계에게 어떻게 느끼는지 묻게 되고, 불확실한 상황(맹수에 의한 소리일지 모른다)에 대해 변연계의 활동이 과도해지면서 부정적인 감정(걱정)이 촉발되어 비교적 ‘신참’의 전전두피질과의 의사소통을 덮어버리고 전전두피질로 하여금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하도록 만들게 된다(맹수에 대비하거나 1종 과오를 범함).


「우리를 지켜온 마음이 우리를 괴롭히는 아이러니」

  이렇듯 진화의 역사에서 ‘걱정’과 ‘불안’의 심리는 우리가 위험으로부터 노출되지 않도록, 우리를 지키기 위해 발달해온 심리기제이다. 걱정과 불안이 나쁜 감정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현대에서는 당장 눈앞에 사자를 마주하고 있거나, 죽음이 코앞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초조해하며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대의 인류는 놀라운 기술 혁신으로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 비해 매일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훨씬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고 있다. 비교적 하루 일과가 루틴 하게 정해져 있던 조상들에 비해(사냥, 채집, 수렵, 번식, 잠) 현대 인류는 변화무쌍한 매일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부정확한 환경에서 우리를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준 심리가 오늘날 우리의 과도한 불안을 야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맘을 어쩔 줄도 모른 상태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자책해야만 할 것인가? 아까 우리가 걱정과 불안의 심리 발현이 내측 전전두피질과 변연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라고 말하였다. 사실은 걱정·불안의 회로가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회로와 동일한 경로로 이용된다.

 

  문제는 우리에게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확실한 것’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직 명확하지 않은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과 ‘선택의 폭이 넓은 것’들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의 걱정·불안의 회로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 이런 걱정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문제를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통제감을 느낄 수 있는가? ‘첫째. 몸을 움직여라’. 사실 운동을 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단순히 집에 누워만 있지만 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산책이라도 하라는 것이 책에서 말하는 요점일 것이다. 뇌는 직접적으로 외부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다만, 우리의 눈, 코, 입, 팔, 다리 등의 자극 등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로 뇌의 활성화가 달라진다. 또한, 운동은 근육을 키움과 동시에 뇌의 새로운 뉴런들을 형성하여 강화함으로써, 우울증 등의 여러 문제들에 대항할 기반을 마련해 준다.

 

  ‘둘째, 일단 뭐라도 결정해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막연한 추측과 가능성으로 미래를 점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래가 걱정된다면 공책을 펼치던, 노트북에 쓰던 적어보기 바란다. ‘내가 무엇이 걱정되는지? 그게 나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것인지?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이렇게 적다가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걱정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해결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인지하면서 걱정이 줄어들 것이다. 해결책이 나왔다면 그냥 무지성으로 시작해라.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가 걱정과 불안에 빠지는 것은 정해지지 않은 ‘가능성’에서 찾아온다. 그렇기에, 걱정 회로를 돌리는 대신 계획하고 해결하는 회로를 이용하려면 걱정거리를 눈에 보이게 가시화하고, 콤팩트하게 해결책을 잡아서 해나가야 한다.

 

  단, 처음에 문제 해결을 시도할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보다는 지금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무난한 방법’으로 시작해나가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실행하는데 많은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정에 거리낌이 느껴지면 우리는 다시 걱정과 불안의 나선에 빠질 수 있다.

 

  ‘우울할 때 뇌 과학’이라는 책에서는 사실 몇 가지 더 구체적이고 좋은 해결 방안들이 많다. 글을 적고 있는 나도 매일 헬스를 하고, 매주 단위로 해야 할 일을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위의 두 가지를 잘 이행해 나가고 있는데, 나름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어 웬만하면 걱정스럽지가 않다.

 

  아마 이전의 나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고,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분들은 몸도 자주 움직이고, 자신의 걱정거리/잘하는 것/관심 있는 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분명 어느 정도 걱정을 통제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내용들의 근거는 뇌피셜로 말한 것이 아니라 지능의 역설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심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책들을 읽어보는 것이 좀 더 고민을 덜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책 추천 글을 마친다.

 

 

 

(4) IQ가 높으면 뭐가 좋아? (from. 지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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