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사색가 C Villain
(1)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이 중요한 이유 (from.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본문
최근 뇌신경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찾던 중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뇌과학 분야에 최전선에서 연구를 하는 저자가 풀어내는 흥미롭고 쉬운 이 책은 뇌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특히, 뇌신경 발달 측면에서 인간의 어린 시절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대목이 제법 흥미롭다.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자라왔고, 지금 우리 아이의 머릿속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뇌에 대한 잘못된 이해」
내가 읽었던 뇌과학 관련 서적 중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는 인간의 뇌의 발달과정이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가 겹치며 인간의 이성적 사고를 하는 뇌까지 진화를 하는 3층구조의 뇌(삼위일체의 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각 뇌는 구역별로 맡은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는 듯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책을 통해 완전히 뒤집어졌다. 인간의 뇌는 ‘3층 구조의 뇌’로 분담되어 진화하지 않았으며, 인간뿐 아니라 뇌를 가지고 있는 모든 동물들은 동일하게 1가지의 제조과정(커리큘럼)에 의해 뇌가 발달한다. 심지어,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도 모두 동일하다. 즉, 인간 뇌의 신경세포와 물고기 뇌의 신경세포가 동일한 그것이다.
알이나 태아 상태의 동물의 뇌는 각 단계를 거치며 발달하는데, 각 단계를 얼마만큼 머무르는지 발달과정의 차이로 인해 동물마다 다르게 보이는 형태의 뇌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다른 동물에서도 대뇌피질의 발달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코끼리는 우리보다 대뇌피질이 더 크다.(파충류만 가지는 뇌, 포유류만 가지는 뇌는 없다)
우리의 뇌 신경세포는 2가지 이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을 하고 '감정'을 느낄 때마다 활성화되는 신경세포의 결합은 매번 달라진다(뒤에서 설명하지만 '배선'이라는 개념이다). 다만, 전전두피질, 변연계라 불리는 곳에서 이성과 감정의 활동이 다른 곳에 비해 활성화가 더 자주 되는 것뿐이다. 이런 사실을 통해 우리의 뇌는 특정임무를 맡아 수행하는 영역이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 : 전전두피질은 이성, 변연계는 감정을 느낀다는 식의 역할 분리)
또한 ‘인간의 뇌는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지도록 진화했다’라는 통념이 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뇌의 존재 이유를 다르게 제시한다. 뇌는 그저 ‘우리의 신체를 효율적으로 운영’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의 뇌는 해당 신체를 운영하는데 에너지라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존재. 즉, ‘신체예산’을 운영하는 행정부 같은 존재이다(과학계에서는 ‘알로타로시스’라는 용어를 사용).
모든 동물의 뇌는 ‘신체예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치타는 사냥 시 근육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 폭발적인 힘을 얻도록 ‘신체 예산’을 조정한 뇌가 발달했다. 만약 치타가 인간의 뇌처럼 큰 뇌를 가지게 되었다면, 근육에 써야 할 에너지를 뇌에 많이 빼앗기고 사냥에 실패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여 치타는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즉, 인간과 동물의 뇌는 자신의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아기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
이런 우리의 뇌는 작은 신경세포들의 단위로 구성된다. 신경세포들의 집합체가 서로 연결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기억’을 하고 ‘감정’을 느끼며, ‘추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끊임없이 한다고 한다. 뇌의 신경세포들이 활동할 때마다 연결되는 형태를 책에서는 ‘배선’이라고 표현하였다.(연결된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작은 간격을 두고 화학물질을 분비하며 상호작용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자궁 속에서 9개월의 과정을 거치고 밖으로 나오지만, 이 ‘배선’이 준비가 덜된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난다. 아기들의 신경세포는 성인의 세포보다 더 무성하다. 아기는 부모와 외부환경의 자극을 통해 무성한 신경세포들 중 주로 사용하는 ‘배선’을 더욱 강화하고(세부조정) 사용하지 않는 ‘배선’의 연결은 약해지고 사라지게 한다(가지치기).
앞서 말했듯 아기들은 이런 ‘배선’이 불완전한 상태의 뇌로 태어났기에 추우면 옷을 입고, 배고프면 냉장고 문을 열어 밥을 먹지 못한다. 혼자서 뒤집지도 못하고, 도움 없이는 트림조차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부모(양육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아기를 먹이고, 수면시간을 정하고, 담요를 덮이고 포옹하며, 아기의 뇌가 자신의 ‘신체 예산’을 조절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양육자가 이런 환경 조성을 잘해줄수록 아기의 뇌에서는 ‘신체 예산’을 조절하도록 ‘세부조정’과 ‘가지치기’를 활발히 일어나며 배선이 발달한다.
또한, 초기 배선 발달 과정에서 ‘주의집중하는 것’도 이 시기에 배울 수 있다. 아기들의 뇌는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외부환경의 자극(티비소리, 엄마의 소리, 강아지의 얼굴, 아빠의 얼굴 등) 중 어느 것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지를 모르기 때문에 성인처럼 집중할 수가 없다. 여기서, 양육자가 중요하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고양이를 바라보며 ‘정말 귀여운 고양이네’라고 말한다. ‘엄마의 말과 시선의 전환’(관심 공유)를 통해 아기에게 고양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식하게 만든다. 아기의 뇌는 고양이에 집중하며 자신의 ‘신체 예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고양이에 대해 배우려고 한다.
이런 ‘관심 공유’를 통해 주변 환경에서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자신의 신체 예산과 무관한 것을 무시하는 방법), 자신만의 환경을 구성해나간다. 이것을 ‘적소’라고 한다. 어렵지 않게 ‘자신의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대상으로 채운 주변 환경’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루를 지겹지 않게 만들어주는 유튜브 영상, 책을 통해 읽은 지식, 학교 친구, 미래 직업에 대한 고민 같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당신의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에서 보았듯 아기는 ‘양육’이 없으면 완전한 존재로 성장할 수 없다. 어린아이의 뇌는 주변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는데 이런 양육자가 없다면, 아이의 뇌는 신체 예산에 중요한 배선들을 ‘가지치기’해 버릴 수도 있다. 중요한 배선이 장기간 사용되지 못해 부담이 쌓이면, 아이는 심장병, 당뇨병,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경향성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방치되는 아이들이거나, 장기간 빈곤 속에 살아갈수록 드러난다(영양부족, 길거리 소음으로 인한 수면방해, 난방, 환기 부족 등).
나의 부모님도 그렇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이런 과정을 모르고 양육을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식을 최선을 다해 양육하려는 유전자가 새겨져 있기에 이 사실을 모른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아이가 새벽에 울어서 달래고, 먹는 것을 계속 흘리고 닦는 과정이 아이의 뇌가 올바르게 자라는 과정임을 인지하고, 아이들의 뇌를 더 건강하고 온전하게 성장시켜줄 수 있는 현명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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