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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8) 시험에서 100% 실력을 내는 방법 (from. 기억의 뇌과학)

C빌런 2022. 12. 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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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시절 공부는 나의 삶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활동이었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 그저 비중만 컸을 뿐이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책에 얼굴을 파묻고 새벽까지 매일 12시간 이상 진행해야 하는 활동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공부가 아닌 버티기의 장인이 되었다. 

 

  반마다 천재성을 띠는 친구들은 한 명씩 꼭 있기 마련이었고, 공부의 영역에서도 적게 공부하고도 성적이 좋은 친구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어떻게 적은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지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재능의 영역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갔다. 물론 특정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책을 통해서 그 시절 그렇게 앉아있으면서도 효율이 떨어진 것은 뇌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이 잘못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억력 좋아지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뒤적이다보면 반드시 '해마' 등장한다. 모양이 바다의 '해마'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뇌의 기관 중 하나로서 기억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눈, 코, 귀, 입, 피부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수집된 정보는 뇌를 구성하는 수많은 신경세포들 중 일부에서 반응을 일으키고 그 연쇄된 반응들의 집합을 기억으로 만들고 싶을 때 해마가 도장을 찍으며 인정해준다. 

 

 해마에게 인정받은 신경세포의 연쇄반응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필요한 경우에 처음과 흡사한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이것을 '기억'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하루동안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쌀쌀함·따뜻함 등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엄청나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즉 해마는 아무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마에게 기억으로 인정받으려면 두 가지 행위가 동시에 필요하다. '인지''주의집중'.

- 조용한 카페에 갑자기 하이톤으로 깔깔대며 들어오는 아주머니 무리를 바라본다. (인지)
 
- 그 중 한 아주머니가 조곤조곤 귀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로 누군가의 불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흥미를 느끼는 나는 키보드를 치는 둥 마는 둥 하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주의집중)

 

  카페에서 들은 누군가의 불륜스토리가 자극적이거나 신선한 느낌을 받을수록 해마에게 더 강력한 인정을 받아 기억으로 형성되기 쉬워진다.

 

  위와 같이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감정·낯선 상황과 연관되어 만들어진 기억을 '일화기억'이라고 한다. 한술 더 떠서 살인, 성공, 실패같은 사건으로 강렬한 감정이 수반되면 잊기 힘든 '섬광기억'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부는 자극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충격적이지도 않다. 학습을 통해 얻는 단순한 정보들의 기억을 '의미기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시험과 평가에서는 '의미기억'을 잘 생성하고 그것을 100% 출력하는 능력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의미기억'을 만드는 최적의 방법」

  1) 반복

 

  정보들을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방법 중 단연 '반복'이 중요하다. 단순히 책을 펼치고 편안하게 쭉 훑어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주의집중'하여 기억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주의집중'하여 목표를 뇌에 노출시키는 '반복'이 기억 형성에 핵심이 된다.  


  2) 출력

 

  사람들은 반복학습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있고, 실제로 학습을 하면 그저 눈으로 쭉 읽어 내려가거나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며 정보를 저장하는데 급급할 것이다. 짧은 단어나 개념을 암기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고를 하고 서술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힐 때는 이런 암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의미기억을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반복과 함께 '출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정보를 수동적으로 입력만 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여 내용을 설명해보는 것이다.

 'velocity 는 속도, 속력'이라고 반복 하기보다, 'velocity가 무슨 뜻?' 질문하기

  3) 리듬감/운율 생성

 

  기억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보의 대상에 운율을 넣어서 암기하는 것 역시 장기기억화에 도움이 된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고등학생 시절 물리 선생님이 머리에 주입한 전자기 관련 공식들이 아직까지 머리에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공감이 가는 학습법이다. 

  '브이(→)는(↗) 아이(↗→)알(↘)~ 전력량은 브이~아이~티~'

  4) 유사한 환경의 구성

 

   우리의 뇌는 기억을 만들 때 의식적으로 인지한 정보들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스쳐간 당시의 감정, 장소, 소리, 마시던 커피 등 기억을 생성할 당시 뇌세포를 자극한 모든 것들의 집합체가 기억으로 저장된다. 그리고 기억의 출력 역시 유사한 환경, 소리 등에 의해 촉발되면서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 

 

  어느 날, 수유역 4번 출구를 지나면서 문득 그곳에서 만나서 데이트하던 연인이 생각났다.

 

  이 불현듯 생각나는 그런 회상의 경험을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장소라는 매개체가 기억의 촉발을 일으켜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기에 시험 또는 평가장소와 유사한 시간대, 장소, 습관 속에서 학습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하는 데 중요하다. 즉, 평소에 커피를 마시고 공부했으면 시험 당일에도 커피를 마시고, 밥을 거의 먹지 않고 공부를 했다면 시험 당일에도 밥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실력을 발휘하는데 중요하다.  


  5) 의미부여

 

   학습대상에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 줌으로써 기억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01045669874처럼 의미 없이 나열된 숫자를 외운다고 해보자. 자세히 보면 휴대폰 번호와 유사하게 보인다. 즉, 010 / 4566 / 9874와 같이 덩어리를 나누는 것만으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면서 외우기 쉬워진다. 

  

  학생 때 국사시간에 삼국시대 불교를 공인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신라 법흥왕이라고 배운적이 있다. 당시에 단순 암기가 잘 되지 않아서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외웠던 기억이 난다. 

 

 '옛날 삼국시대에 백성들이 왕의 말을 너무 안들어서 개판이었어. 그때가 고구려는 소수림왕, 신라는 법흥왕 때였지. 두 왕은 백성들이 잘 따르도록 불교를 받아들였다.'

 

  당연히 소수림왕과 법흥왕 때 백성들이 어땠는지 모른다. 그냥 의미를 부여했고 생각보다 머리에 잘 남아있게 되었을 뿐이다.   

 


「게으른 나를 위한 제안」

  모든 일이 그렇지만 공부에 전념을 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꿋꿋하게 별다른 동기없이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생도 시절을 돌이켜 볼 때, 귀찮고 물 흐르는 데로 살던 나에게 공부는 학사경고만 안 맞으면 되는 숙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들의 나에 대한 인식이 '잘 모르는 선배', '도움 안돼는 선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고, 실제로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 내가 이루었다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며 공부를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나는 평상시 놀다가 시험기간이 되면 몰아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한 다음 외워서 시험 치는 방식을 선호했다. 몰이식 공부는 학습량이 너무 많아서 정리를 하고 그것을 다시 외우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귀찮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 내가 공부에 대한 동기를 가지게 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첫번째는 '잠 안자고 집중해서 강의 듣기'였다. 강의실에서 잠만 자던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첫 단추였다.

 

  또한 강의를 잘 듣는데 중요한 것은 내가 바보 멍청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잠만 잤으니 모르는 개념들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귀에 모르는 내용이 들린다고 짜증내고 마음의 문을 닫을게 아니라 흐름으로 유추하고 넘기면서 의연하게 수업내용을 다 듣는 것이 중요했다. 

 

  다음으로 강의 중 잘 모르고 넘어간 것들은 해당 부분에 파란색으로 체크 표시를 해두었고 강의실을 이동하는 시간이나 공강을 활용해서 틈틈이 교수님을 찾아가 물어보면서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고 기숙사로 돌아와 저녁식사 전에 배운 내용들을 빈 종이에 쭉 정리를 해본다. 

 

  귀찮을 것 같지만 하루에 배우는 학습량이 많지 않고, 공부에 대한 흥미는 하루가 지나면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흥미가 가시기 전에 틈틈히 정리를 했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에 정리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하루를 마친다. 그러고 다음 수업시간이 오면 강의 전에 정리한 내용을 쭉 살펴보고 강의를 듣는다. 

 

  매일 틈틈히 정리하고 공부하는 습관은 시험기간이 닥치며 진가가 드러났다. 그동안 매일 정리한 내용들을 취합하는 것으로 시험대비 요약본은 완성할 수 있고, 교수님들에게 시험에 대한 정보를 캐네는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공부한다고 새벽을 지세우지 않고 충분히 자고 여유롭게 시험을 칠 수 있는 것이 게으른 나와 맞는 최고의 공부법이었다. 한 학기를 이렇게 공부하면서 평점을 크게 올릴 수 있었고, 가장 많은 성적을 올린 생도가 되어 표창도 받았다.

 

  공부의 달인들이라면 나보다 더 치열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여 목표를 이뤄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의미기억'을 만드는 최적의 방법을 잘 활용하면 나 같은 게으른 사람도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개인적인 사례를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당시에 이 책을 읽고 공부한 것은 아니다.)

 

  최근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이면서, 어린시절이 생각나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 나도 그렇지만 각자 자신 앞에 놓인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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