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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당신의 언어로 상대를 응원하고 싶을 때 (from. 다 내편이 되는 말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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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당신의 언어로 상대를 응원하고 싶을 때 (from. 다 내편이 되는 말하기)

C빌런 2022. 5. 2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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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고민이 생겼다. 아무리 내가 심리학 책을 읽고 머릿속에 지식을 쌓아도 아싸인 내가 상대방과 대화를 잘하기란 요원하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마음에 서점으로 향했다.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랐지만 눈에 띈 책이 있었다. 몇 장을 읽다 보니 읽기 쉬워서 가지고 나왔다.

 

  저자는 중국 사람인듯하다. 이름도 그렇고 20년간 실용 심리학을 바탕으로 '이신리'라는 중국의 유명한 심리학 플랫폼을 창립해 조직이나 개인들에게 심리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책이 읽기 쉬워서 맘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클루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 나온 '확증편향', '동기에 의한 추론', '방어기제', '사회적 현실', '유형화', 타인의 '신체 예산'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 등 머릿속에 생각해왔던 지식과 연계되어 상대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 공감을 얻고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런데 중국이랑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몇 가지 예시나 예문이 공감이 안돼서 좀 심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상대가 인과에 맞지 않는 말을 통해 자신을 부정적 최면에 들게 한다면, 그럴 때는 필연적인 상관관계가 아닌 부분을 비틀어 파훼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오늘 차가 막혀서 지각했어"

 

라는 상대의 말에 대해, 차가 막힌 것과 지각하는 행동은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이렇게 대응하라고 나온다.

 

"차가 막히는 것과 지각이 필연적인 관계인가요? 차가 막혀도 제시간에 오는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렇다. 상대방이 나에게 '차가 막히는 것'과 '지각'의 인과관계를 묶는 것으로 부정적인 최면을 걸어 눈 감고 넘어가기를 바란 것이고, 나는 그것의 이상한 인과관계를 비틀었기에 올바른 화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상대방이 자주 지각을 일삼기에 행동의 변화를 일깨워내기 위한 예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다만, 감정이 상하지 않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저 말은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봐도 상급자와 하급자의 대화라는 느낌이다.)

 

  저런 몇 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런 화법을 연마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었다. 저자가 부정적인 말에 최면이 걸린(스스로 부정한 생각을 생산하도록 만드는 상태) 우리를 일깨우는 언어 화법을 '메타언어'라고 얘기하는데, 그중 '간단생략'이라는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요한 요소를 거침없이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문장을 불완전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부정적인 최면에 걸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생략된 내용을 찾아 채워줌으로써 파훼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도 예시를 들어보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나 봐.."

 

  마음이 우울해진 사람이 한 말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자신의 전체를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정말 이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아니다. 분명 어떤 특정한 사건의 실패로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다. 거기서 '주체'를 생략함으로써 문제가 자신 전체로 퍼지게 되었다.

 

"뭘 할 수 없는데? 그러면 할 수 있는 건 뭐야?"

 

  책에서는 이렇게 문제에 대해 하위분류(구체화시키는 것)를 함으로써, 문제를 좀 더 구체적이고 시각화시켜 스스로 부정적인 최면에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의 '걱정과 불안'을 잡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상황을 구체화시키고 시각화함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이런 이론을 근거로 했을 때, 이런 화법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여기서도 좀... 저렇게 대답하면 뭔가 내 심정에 진심으로 대응을 안 해주는 것 같다.

 

  "너무 침울해 보이는데, 무슨 일이길래 그래?"라고 묻고 "너가 꼼꼼하니까 완벽해하려는 건 알지만, 모든 게 다 완벽할 수 없잖아? 그리고 지난번에 ~ 하던 거 보니까 그런 것도 잘하던데? 너 그거 말고도 잘하는 거 많으니 너무 자책하지 마~"라고 답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적고 나서 보니 저자가 이렇게 길게 예시로 적기 어려우니 짧게 적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책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적용하지는 못할 거 같지만, 내가 이것만은 꼭 적용해 보고자 하는 스킬을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 연습해 봐야지. 화법에 대한 책을 이것밖에 안 봐서 모르겠지만, 혹시 나처럼 화법에 대해 관심이 막 생긴 분들에게는 쉬운 책이니 한 번쯤 보고 생각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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